전 세계가 탄소중립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가운데, 탄소국경세(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2025년 글로벌 경제에 가장 강력한 규제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본격 시행 단계에 진입하면서, 수출 중심 국가들의 산업 구조, 무역 전략, 에너지 시스템까지 근본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세는 단순한 무역 장벽이 아니라,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와 기업에 실제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강제하는 국제적 메커니즘입니다.
이 글에서는 2025년 현재 시행 중인 탄소국경세의 구조와 기준을 살펴보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이에 따른 에너지전환 가속화, 기업 전략 변화, 정책 대응의 방향성까지 심층적으로 다뤄봅니다.
목차
- 1. 탄소국경세란 무엇인가
- 2. CBAM 구조와 적용 대상
- 3. 한국 주요 산업별 영향 분석
- 4. 에너지전환 가속화와 기업 전략 변화
- 5. 국가 정책 및 제도적 대응 방안
- 6. 결론: 탄소국경세 시대, 기회인가 위기인가
1. 탄소국경세란 무엇인가
탄소국경세(CBAM)는 자국 내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고탄소 제품의 수입을 통해 탄소누출(Carbon Leakage)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EU처럼 엄격한 탄소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수입품에도 부과하려는 것입니다.
CBAM은 2021년 EU에서 공식 제안되었으며, 2023년부터 전환 기간이 시작되어 2026년부터는 세금 부과가 본격화됩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도 유사한 개념의 탄소조정장치를 검토 또는 준비 중입니다. 이는 이제 탄소가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되며, 글로벌 무역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합니다.
2. CBAM 구조와 적용 대상
CBAM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단순히 수입세가 아니라, 제품 생산 시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량을 기반으로 부과된다는 점입니다. 수입업체는 EU로 제품을 들여올 때 해당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신고하고, EU의 탄소가격(ETS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CBAM 기본 구조:
- 수입품에 대해 탄소배출량 기준 산정
- 자국 내 ETS 가격에 맞춰 탄소배출권(CBAM 인증서) 구매
- 해당 국가에서 이미 탄소세를 납부한 경우 상계 처리 가능
2025년 기준 적용 품목:
품목 | 주요 수출국 | 탄소국경세 적용 항목 |
---|---|---|
철강 | 중국, 한국, 인도 | 고로·전기로 생산 시 CO₂ 배출량 기준 |
알루미늄 | 러시아,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 제련과정 배출량 |
비료 |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 암모니아, 질산 생산 시 배출량 |
시멘트 | 터키, 베트남, 한국 | 클링커 제조 시 CO₂ 배출 |
전력 | 국경연계 국가 | 발전 연료에 따른 탄소계수 적용 |
2026년 이후에는 석유화학, 자동차, 섬유 등으로 적용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수출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3. 한국 주요 산업별 영향 분석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국가이며, 특히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의 비중이 높아 CBAM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래는 주요 산업군에 대한 영향 요약입니다.
산업 | 2024년 EU 수출 비중 | CO₂ 배출 밀도 | 위험도 분석 |
---|---|---|---|
철강 | EU 수출액 중 약 8% | 톤당 1.9톤 CO₂ | 매우 높음 |
시멘트 | 전체 수출 중 3% | 톤당 0.9톤 CO₂ | 높음 |
알루미늄 | EU 수출 미미 | 톤당 2.2톤 CO₂ | 중간 |
석유화학 | EU 수출 미포함 (향후 적용 가능) | 공정별 0.6~1.2톤 CO₂ | 잠재적 위험 |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는 고로 방식 중심의 생산 구조로 인해 직접 배출량이 많으며, 이에 따라 전기로 전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등 중장기 대응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4. 에너지전환 가속화와 기업 전략 변화
CBAM은 단순히 수출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 공정, 에너지 사용 방식, R&D 투자 전략 전반을 바꾸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업별 주요 대응 전략:
-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실증 착수, 탄소중립 철강 개발
- LG화학: ESS 및 태양광 활용 통한 탄소중립 공장 조성
- 한화솔루션: RE100 가입, 태양광 기반 원료 생산 확대
- 현대차그룹: EV 생산 비중 확대, 공급망 탄소감축 목표 설정
CBAM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을 높이는 리스크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ESG 투자 유치, 글로벌 브랜드 가치 상승, 친환경 인증 확보 등 기회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선제적 대응이 곧 경쟁력입니다.
5. 국가 정책 및 제도적 대응 방안
정부 역시 탄소국경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K-ETS 고도화, 탄소배출 회계제도 개선, CBAM 대응 전담 TF 운영 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주요 대응 정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K-ETS(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정비: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 산업별 배출총량 설정 강화
- 수출기업 탄소인증 지원: 탄소중립인증제, 제품별 LCA(Life Cycle Assessment) 도입
- 재생에너지 연계 지원: RE100 참여기업 보조금 확대, 기업용 PPA 제도 보완
- 탄소국경세 대응 펀드 조성: 저탄소 기술 전환 R&D 자금 지원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탄소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기관 주도의 통합 플랫폼, 컨설팅 지원, 국외 인증 대응 매뉴얼 제공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6. 결론: 탄소국경세 시대, 기회인가 위기인가
탄소국경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대응 과제가 되었습니다. 2025년 현재, 이는 단지 유럽의 규제가 아닌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무역 장벽을 넘어 산업 경쟁력의 척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탄소 구조를 유지한 채로는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한국 기업에게도 분명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먼저 대응하는 기업이 기술 우위, 시장 선점, 투자 유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며, 국가 차원에서도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 전환, 산업 고도화, 고용 창출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산업과 정책, 에너지와 경제가 통합된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탄소를 줄이는 것이 곧 수익이 되고, 지속가능성이 경쟁력이 되는 새로운 시대. 탄소국경세는 그 출발점이자 가속 장치입니다.